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에 미칠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을 이끈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해 온 ‘뉴삼성’ 재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지난 몇 년간 단순화하는 작업을 거쳐 온 만큼 이재용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경영 체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 입니다. 삼성 지배구조의 세 축은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이고 정점에는 삼성물산이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밑으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각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구조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고 현행 지배구조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일가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아 당분간 현재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2.88%,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SDS 0.01%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약 18조2200억 원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입니다. 상속세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4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하면 최대 1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입니다. 법정상속분을 따지면 홍 전 관장이 전체 상속 지분의 3분의 1을, 자녀들이 9분의 2씩을 갖게 됩니다.
삼성 측은 유언장 존재 여부와 내용 등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재계에선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고려해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놓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회장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입니다.
상속 과정에서의 지분율 변화는 삼성 지배 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영권 승계에서는 삼성생명 지분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그룹 매출액의 70% 이상을 도맡는 삼성전자를 지배했었습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상태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따로 수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을 낮추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자산 중 3%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게 됩니다.
삼성생명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총 7%가량을 매각해야 해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것 입니다. 삼성생명법에 적용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입니다.
경영체제는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를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여동생들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계열 분리를 통해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 타계 이후 한솔, CJ, 신세계 등으로 나뉘었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 3남매는 계열 분리보다 삼성그룹 테두리 내에서 경영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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