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사모펀드와 관련한 문제들이 속속 터져 나오면서 사모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규제 강화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그 중 라임 사태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연속입니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의 대표 펀드가 줄줄이 환매가 연기되고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 배경으로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이슈 외에도 규제를 회피한 비정상적인 펀드 설계와 운용 내역 등 운용사의 위법행위까지 드러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이에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의 금융투자업 등록을 취소하기까지 했는데요, 2019년 처음 문제가 불거진 후 시행된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면 라임이 과연 내부 통제가 작동하는 금융회사가 맞는지 가히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라임은 사모펀드의 투자자 제한(49인)을 회피하기 위해 다수 자펀드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비중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모펀드에 집중하고, 실제로 투자 대상 자산을 취득·운용하는 것은 모펀드가 담당하는 모자펀드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이는 공모 회피의 수단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자아내는 것 입니다.
라임은 또 복잡한 순환 투자를 통해 규제를 회피하고 특정 펀드의 손실을 다른 펀드로 확산, 전이하는 등 위법행위가 있었습니다. 일례로, 라임은 A펀드가 투자한 코스닥 법인의 CB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 등에 따른 손실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법인(M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M사는 그 자금으로 A펀드의 부실 CB를 액면가에 매수해 결국 특정 펀드(B)의 이익을 해치면서 다른 펀드(A)의 이익을 도모했습니다.
또 라임은 환매 대응 등 자본시장법상 허용된 펀드 간 자전 거래 요건에 해당되지 않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D펀드가 다른 운용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에 가입하고, OEM 펀드가 라임 E펀드의 비시장성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라임 임직원은 업무 과정에서 특정 코스닥 법인 CB에 투자하는 경우 큰 이익 발생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임직원 전용 라임 C펀드에 투자했습니다. C펀드는 다른 운용사의 OEM 펀드에 가입했으며 OEM 펀드는 라임 임직원의 자금으로 동 CB를 저가에 매수,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하는 등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도덕적 해이까지 드러냈습니다.
더욱이 라임 및 판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투자자가 오인케 해 동 펀드를 지속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요. 이처럼 금융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자행된 것 입니다.
이는 자기자본(손해배상책임능력) 대비 막대한 비율의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운용사가 형식적으로만 준법감시인을 선임하고 내부 통제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에 실제로 어떻게 금융 시스템을 유린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임이 운용한 사모펀드의 첫 번째 문제는 사모펀드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한 것입니다. 사실상 공모에 가까운데요, 라임은 모·자펀드 구조를 통해 49인의 투자자 제한이 있는 사모제도를 회피해 빠르게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했었습니다.
사실 사모 방식으로 4조 원 넘는 자금을, 그것도 개인을 대상으로 조달하는 것은 결코 일상적인 일은 아닐겁니다. 라임의 모·자 구조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사모 제도에 적합하게 운용된 것인지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죠. 그동안 많은 운용사는 그와 같은 구조의 자금 모집은 공모 회피에 해당한다고 봤고, 감히 이렇게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모·자펀드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펀드 운용 자산의 특성상(비유동성) 폐쇄형 구조가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구조로 설정해 애초에 중도 환매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라임은 투자 자산을 표면의 내재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시장성, 비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해 표면적인 기준가상으로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언제든 중도 환매가 가능한 상품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라임 펀드가 높은 수익률은 물론 중도 환매도 자유로운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게 한 것 입니다.
그러나 라임의 투자 대상 대부분은 비시장성 자산이자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자산으로서 펀드의 중도 환매가 있는 경우 자산의 처분을 통해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단기 자금을 장기 투자 대상으로 운용해 결국 부실로 이어졌던 과거 종금사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구조적으로 라임의 중도 환매 관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은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밖엔 없었고, 따라서 라임은 일부 판매사와의 결탁으로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을 것 입니다.
라임 펀드의 표면상 기준가는 시장 수익률을 압도하는 구조였고, 저금리로 수익을 갈구하는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는 매력적인 상품이었기에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은 라임의 실질적 운용 실태 파악은 뒷전인 채 투자 권유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게다가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대상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공짜 점심에 독이 든 줄도 모른 채 맛있게 향유했습니다. 급기야는 일부 증권사 고객은 라임 펀드를 판매 대상 펀드로 설정해 줄 것을 오히려 판매회사에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이 라임은 판매사에서도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았습니다.
라임 사태는 단순히 사모펀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운용사가 투자자를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기망한 사건으로 자본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사건입니다. 라임 사태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서 드러난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문제인데요.
라임 펀드는 애초에 중도 환매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가졌으며 사모 방식임에도 4600개가 넘는 계좌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비교적 안전성을 갖는 메자닌을 대상으로 투자한다고 하면서도 그 규모에 대한 통제 없이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한 것은 애초에 합리적이고 바른 투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펀드 구조였던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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